[김경록 칼럼니스트] 우량한 "상업용 젖소" 김경록 재테크 2017.05.23 조회수 : 6108 추천수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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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필 때면 신문 경제면에 올해의 유망 재테크 상품에 대한 글들이 나온다. 2016년에 가장 수익이 좋았던 것은 러시아 주식이었다. 그렇게 외면 당하던 브라질, 인도 주식 수익률도 좋았다. 재작년에 이들 주식이 좋을 거라고 말한 곳이 얼마나 있었는가? 마찬가지로 올해에 좋을 것이라고 소개한 금융상품들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망 하는 사람을 탓하는 게 아니다. 자산가격을 전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예측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사람들은 가끔씩 자신의 한계를 넘는 것을 잘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언어는 유용한 도구임에 틀림 없다. 십자 드라이버와 시멘트 못 긴 것 두 개를 갖다 달라는 정보 전달을 할 때 언어가 없다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렇지만 "신은 완전하다"라는 말은 사람을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왜냐하면 신이라는 개념도, 완전하다라는 단어도 그 뜻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뜻이 명료하지도 않은 단어들을 조합해서 말하니 듣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언어가 주제 넘은 짓을 한 것이다. 인간이 "오버"하다가 스스로를 감옥에 집어 넣은 셈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를 알려주려고 했다. 자산가격을 전망할 수 있다는 것도 한계를 넘어선 오만이다.

자산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한다. 상대인 "자본시장"은 가격이 어떻게 될지 전망이 거의 불가능하다. 오늘 사서 몇 일 있다 팔아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생각은 실현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나"라는 인간도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이 낱낱이 밝힌 바 있다. 사람은 단기적으로 사물을 보고 당장 손실을 회피하려 한다. 겁이 많아서 조금 벌면 팔아서 이익을 취하고 손해를 보면 처음에는 안절부절 팔까 말까 하다가 더 떨어지면 자포자기하고 그냥 있는다. 본전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그 자산가격이 다시 오르면 본전에서 팔아 버린다.

자산관리의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합리적이고 냉철하며 자산가격은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 "위대한 기업"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가져야 할 태도는, 시장을 잘 예측하고 좋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우선 버스에 태우는 거라고 한다. 자산관리 전략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좋은 자산을 갖다 놓으면 된다. 그렇다면 좋은 자산이란 무엇인가?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세 가지 자산을 말하고 있다.

첫째, 일정한 이자 금액을 주는 자산으로 예금, MMF, 단기채권 들이다. 이 자산은 일견 안전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시장위험은 없을지라도 구매력이 상실될 위험이 크다. 물가가 매년 2%가 오른다고 하면 20년 후에는 약 50%가 오른다. 지금 100만원 하는 물건이 20년 후에는 15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만일 예금 금리가 매년 2%였다면 20년 후에는 원금의 50%가 증가한다. 돈을 번 것 같지만 지금 100만원 하는 물건을 20년 후에 그만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구매력 관점에서는 실질적으로 돈을 벌지 않은 셈이다.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를 낸다고 하면 예금이 40%만큼만 증가해서 물가상승도 못 따라 잡는다. 설상가상으로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게 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자산은 장기적으로 운용하면 할수록 구매력을 잃게 될 위험이 커지므로, 유동성 목적으로 단기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이다.

둘째, 가격이 올라야 돈을 버는 자산이다. 이 자산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산출물은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으로 다시 사줘야 돈을 번다. 금이나 원유선물 등이다. 금을 갖고 보고 있어봐야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 산출물이 나오지 않으므로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장기로 갈수록 위험은 커진다. 그래서 단기 거래 목적으로 많이 보유한다. 하지만 산출물이 없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자산의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원유의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모양을 일반인 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자산은 가치를 평가해서 매매하기보다는 기술적인 방식으로 단기거래를 주로 한다.

이 두 유형의 자산은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인기가 좋아진다. 금융위기가 오면 현금이나 단기국채를 찾고 금을 찾는다. 이런 때를 바라 보고 자산운용을 할 수만은 없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다면 차라리 옵션을 사는 게 낫다.

셋째, 산출물을 낳는 자산으로 기업, 농장, 삼림, 부동산 등이다. 기업은 이익을 통해서 부동산은 임대료를 통해서 산출물을 준다. 산에는 나무가 자란다. 산출물이 있는 자산은 위험도 작다. 매년 2% 배당을 주는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 주식이 20년 동안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20년 동안 받은 배당금이 원금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워렌 버핏은 이를 일컬어 "상업용 젖소"라고 했다. 복리로 불어나기 때문에 장기로 갈수록 유리하다. 이러한 산출물을 낳는 자산 중 우량한 것을 찾으면 된다. 우리는 이런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산관리가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산가격이 왔다 갔다 할 때였다. 이 당시 투자를 아주 잘 하는 분이 "나는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이 없다. 투자는 좋은 자산을 가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장 상황이 어떤지 매일 보는 것보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좋은 자산인지를 검토해보는 게 자산관리의 정답이다. 시각을 시장예측에서 좋은 자산으로 바꾸어보자. 내 자산이 산출물을 낳는 우량한 자산인지 한 번 살펴 보자. 아니면 자산관리자에게 가서 우량한 "상업용 젖소" 사러 왔다고 말해 보자.

※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경록

전문가필진 사진
업무실적 장기신용은행 장은경제연구소 경제실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 CIO와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現)미래에셋은퇴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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