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지 칼럼니스트] 셀프 인테리어 유행 속 슬픈 청년의 초상 임경지 시장전망 2017.02.28 조회수 : 18899 추천수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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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팎이 고달픈 청년]

셀프 인테리어의 유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 현황에 따르면, 인테리어 제품의 판매가 20%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인 D.I.Y가구와 소품 업체인 이케아는 지난해 3,000억의 매출을 올렸는데 주로 20~30대가 핵심 구매층이라고 한다. 인테리어 관련 온라인 카페, 블로그에 이어 이제 웹툰이 인기다. 방송에서는 "쿡방"에 이어 "집방"이 뜨고 있다.

그러나 셀프 인테리어가 그림의 떡인 청년들도 있다. 세 평 남짓한 원룸에 살 경우에는 그저 짐을 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나마 넓은 원룸에 산다 해도 흡족하게 인테리어 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게다가 집주인의 허락을 받기도 쉽지 않다. 서울 청년 1인 가구 주거빈곤율 36.3%, 원룸을 비롯한 소형주택이 대형주택보다 ㎡당 월세가 비싼 경우가 많아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원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불평등한 임대차 관계가 얽혀있는 청년들의 현실은 마치 옴짝달싹 못하는 붙박이장과 같다. 한 쪽에서는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마음껏 꾸미기 위해 가구와 제품을 쇼핑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셀프 인테리어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에 살기도 한다. 이 두 극단적인 상황 모두 청년의 현실이다.

이 역설은 불평등한 우리의 삶을 나타낸다. "더 이상 집을 사지 못하게 되자 집이 자산증식의 수단이 아닌 거주의 개념이 강해졌고, 청년 스스로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집을 꾸미는 현상이 많아졌다."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한다. 이렇듯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청년들 역시 고소득자가 아니라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시대를 상징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지난 40년간 진행된 자가소유를 촉진하는 정책의 수명은 다했다. 이미 높아져버린 집값을 보며 하염없는 한숨과 함께 땅 밑, 반지하방에 보금자리를 트는 청년들이 생겨났다. 이제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는 세대가 출연한 것이다.

청년 주거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소득 5분위가 집을 사기 위해 75.9년이 걸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00세 시대에 걸맞은 주택 가격이라는 슬픈 농담까지 나온다. 청년의 주거빈곤은 비단 돈과 환경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고된 일상 속에서 집은 전혀 휴식의 공간이 되지 않고 있다. 청년 니트(NEET)족의 증가와 청년들의 고독사는 집이 곧 단절의 공간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 발표된 출생율은 1.17명으로 조선시대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금의 한국사회는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가 단절되고 있다.

한 청년은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며 직접 리모델링했다. 스스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유기적 연결이 가능한 공간으로써의 집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경쟁과 고립이 일상이 되어버린 청년의 현실 속에서 초대하고 싶은 욕구를 존중하며 사회적 연결권(social right to connectivity)이 가능한 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술혁신으로 사람과 사물마저 대화할 수 있는 초연결적인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청년들은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지 않나. 이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집이 필요한 때다. 셀프 인테리어 유행은 결국 청년을 홀로 남겨둔 우리 사회의 초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임경지

전문가필진 사진
업무실적 <서울시 원룸 관리비 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 개발, 서울특별시 발주> 책임연구 2015
<1인 가구 월세 대책,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발주> 책임연구 2015
<북가좌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입주 지원 공동체 코디네이터 2016
<박근혜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 전환 위한 제언, 조정식의원실 발주> 책임연구 2016

저서 <분노의숫자, 동녘출판사> 기획 및 공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공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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