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영 칼럼니스트]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배상영 정책해설 2018.03.06 조회수 : 1858 추천수 : 13

아티클 버튼

  • 목록보기

단편적인 재건축 연한 연장보다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이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월 18일 주거복지협의체 회의에서 재건축에 대해 "구조 안정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안정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라고 말해,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2만세대 이상이 재건축 가능 연한 근처인 목동아파트 주민들은 지역 의원을 찾아가 항의 하는 등 시장은 혼란스러웠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30년, 40년을 말한 것이 아니라 원론적인 이야기임을 밝혀, 이에 대한 논란을 진화하는 모양새로 한발 물러섰다.

※ 이미지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최근 논란만 봐도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은 폭발력 있는 이슈임이 분명하다. 1987년 이전 지어져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서울에만 20여만 가구에 이르고, 이 중 절반가량이 강남4구에 몰려있다. 과거에 비하여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가 시장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재건축시장이 전체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재건축 가능 연한은 40년에서 2014년에 30년으로 단축 되었다. 애초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으로 정해진 것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내구 연한을 60년으로 보고, 노후 불량 건축물의 범위를 이의 3분의 2인 40년으로 정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물리적인 연한이 기준이다. 반면, 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사업성이다. ※ 참조: 김진수, 권용수, 2012, 공동주택 재건축 허용연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개발학회지, 24(3)

예를 들어 현재 A라는 재건축 아파트가 100원이고 용적률이 150%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인근에 존재하는 용적률 300%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200원이라고 했을 때, 향후 A 아파트의 주인은 건축비를 부담하면, 200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갖게 된다. 건축비가 50원이라고 한다면 A아파트의 주인은 건축비를 제외하면 향후 300원을 얻게 된다. 재건축이 가시화 되면 A아파트는 인근의 신축보다 더 높은 가격인 250원이나 300원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된다. 미래가치가 선반영 되어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증가한다. 도정법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상 규제와 세금문제가 합산되어 현실에서는 이보다는 조금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같다. 그런데 이때 재건축 가능 연한이 연장된다면 A아파트의 집주인이 300원을 얻게 되는 시기가 10년 늦춰지고,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한다.

재건축 가능 연한에 대한 결정은 위에서 알 수 있듯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과 수익성이 걸려 있는 문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는 아파트의 물리적인 안전성과 거주환경의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특정지역과 시기에 집중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된 수도권에서는 도시 전체의 풍경과 공급을 결정짓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시장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방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특히나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시장상황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정한다면 시장의 신뢰를 받기도 어려우며, 정권이 바뀌면 바뀔 것이라는 불신을 받기도 한다. 재건축 가능 연한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관점에서의 영향을 살펴야 한다.

재건축의 본연의 목적은 노후화 된 주택의 물리적인 안전성과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있다.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단축 된 이후, 많은 아파트 단지는 이에 맞춰 재건축 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장기수선금 축적을 통한 유지보수는 뒤로 미루고 있다. 만일 국토교통부장관이 언급한 대로 사업이익을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는 재건축을 막기 위해서라면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아파트 거주민이나 시장참여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조절하는 관점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의 주택을 다시 지어야 하는가 하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내진설계와 같은 안전성문제와 지하주차장 부재로 인한 이중 삼중 주차를 하는 불편함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다.

재건축 사업에 따른 멸실과 공급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시기에 특정지역에 아파트가 건축된 결과 강남권은 30-40년차 아파트가 많이 존재하며, 목동과 노원에는 30년 내외의 아파트가 그리고 분당 및 일산과 같은 지역은 25년 내외의 아파트가 몰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건축연한을 40년 이후로 미루는 것은 특정시기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불러 올 수 있다. 현재 강남권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공급부족으로 진단하는 전문가들이 많고, 서울 안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은 재건축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재건축은 이제 중요한 주택공급의 원천이다. 게다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건축된 1기 신도시가 슬슬 30년이 되어간다. 분당의 경우 10만가구가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 가능 연한에 도달 하게 되는데, 1년에 5,000가구씩 재건축을 하더라도 20년이 걸리는 가구 수다. 이러한 도시전체의 재건축 대상 물량과 재건축에 따른 공급물량을 고려해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업성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급격한 가격상승과 묻지마 투자는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하며, 주거안정을 지향하는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률적인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은 과거정부가 연한 축소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 하려고 했던 모양새를 그대로 따라 하는 셈이다. 냉온탕을 오가는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움직임을 보고 내어 놓는 처방이 아닌 매해 연한이 일 년씩 더해지는 수 십만 가구를 위한 연구와 정책이 필요하다. 안전성이나 거주 편의성과 함께 대량공급 된 만큼 대량 재건축 대상이 되는 택지개발지구의 아파트들의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깊은 고민이 점점 노후화 되는 아파트에 사는 국민들의 주거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 [전문가 칼럼]의 글은 본 사이트의 견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상영

전문가필진 사진
학력 -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사회학과 학사
업무실적 - 단위세대의 개방형 평면구성이 아파트가격에 미치는 영향, 부동산연구, 2017.3

하단 아티클 버튼

조회수(1858) l추천(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