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석 칼럼니스트] 거래 가능한 아파트가 사라지면? 심형석 시장전망 2018.01.29 조회수 : 3439 추천수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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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가격이 왜 오르는가. 한마디로 답변을 대신하면 "많은 사람이 오르기 때문에 오른다."이다. 부동산은 수급의 지루한 심리게임이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미래의 가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정부의 정책, 수요와 공급 등 여러 요인을 언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수 투자자들의 방향성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가장 심한 규제가 적용되는 투기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나, 규제가 전혀 없는 지역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부동산114에 의하면 8.2대책 이후 현재까지(1월25일) 강남4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8.12% 상승한데 반해 기타지방은 0.37% 하락했다.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이미 참여정부 시절에 다 경험한 일이다. 당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면서 아파트 매매가격을 떨어뜨리려 했으나 동결효과로 인해 2005년(14.4%), 2006년(33.2%)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효과를 낳았다. 지방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6.29%, 3.16% 상승에 그쳤다. 당시 지방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많지 않았다. 규제가 많은 지역은 가격이 오르고, 규제가 없는 지역은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현재와 아주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규제가 전혀 없는 지역은 주택 수요 또한 많지 않다. 규제가 가장 심한 지역은 주택수요가 풍부하다고 정부에서 공인한 지역이다. 투기지역부터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그리고 집중모니터링 지역 등 정부가 이미 주택수요의 과소에 따라 순위를 만들어 놓았다. 8.2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풍선효과를 걱정한듯하다. 강남을 묶으면 여타 지역으로 강남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 예상했다. 9·5추가대책은 이런 우려를 반영했다. 대구 수성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가 경고성 투기과열지구에 지정되었다. 집중모니터링지역을 선정하며 부동산시장에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풍선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누르면 튀어 오르는 용수철효과만 강하게 나타났다.

사실 풍선효과는 호황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조정국면에는 주택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소수의 좋은 상품에만 수요가 남게 된다. 따라서 조정국면에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호황국면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주거시설도 가격이 오른다. 현재 서울 특히 강남에 몰리는 수요는 규제로 인해 정부가 만들어 놓은 조정국면 때문에 나타나는 왜곡된 현상이다.

수요가 몰리는 상품을 정부는 자꾸 사라지게 만든다. 전매제한이 대표적이다. 분양권과 조합원 입주권은 입주 때까지 팔 수 가 없다. 최근 아파트 거래에서 분양권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은 이러한 원인이 크다.

증여도 거래가능한 아파트를 사라지게 만드는 한 요인이다. 매도와 보유가 모두 다 고민된다면 이 기회에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불과 5년 전(2012년) 2만5,000건에 불과했던 증여건수는 2017년 4만8,000건을 넘어섰다. 역시 부동산 거래시장에 나와야 하는 매물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동결효과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정책으로 지방의 아파트는 팔고 똘똘한 서울의 아파트는 보유하려 할 것이다. 팔아도 세금부담이 크다면 안 팔고 버티는 것도 방법이다. 팔려는 매도물량이 나오기가 무섭게 여러 매수자들이 덤벼드는 지금의 현상은 거래가능한 아파트가 사라져버린 탓이다.

에코붐세대의 등장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코붐세대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일반적으로는 1979년에서 1992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가리킨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 유행에 민감한 이들은 주택을 매입함에 있어서도 이전 세대들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가성비"란 말에서도 드러나듯 가격 대비 성능을 엄청 따지는 세대다. 조금 낡은 아파트도 수용하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같은 값이면 새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새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한이 있더라도 재건축 이슈가 없으면 오래된 기존 아파트는 구매하지 않는다.

지금부터가 더 큰 문제다.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로 올해 서울의 부동산시장은 작년과 같은 상승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재건축 연한 40년 연장과 보유세 강화 등 예기치 못한 정부의 정책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던져 추가로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취할 스탠스는 거래 가능한 물건이 많아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 규제를 통해 매물을 줄이거나 다주택자를 괴롭히는 대책이 아니다.

거래가 줄어드는 아파트의 대부분은 새 아파트 이거나 새 아파트가 될 수 있는 재건축아파트들이다. 최근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은 현실에서 이 아파트가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이에 대한 열망은 몇 안 되는 거래가능한 아파트로 더욱 몰릴 수밖에 없다. 재건축 아파트 연한을 40년으로 늘리면 재건축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아파트와 입주하는 새 아파트의 상품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더 높다.

더욱 큰 문제는 오히려 강남에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 연장으로 더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집계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데 가시권에 있는 1987~1991년에 준공된 아파트는 강남3구(14.9%)보다는 여타지역의 비중(85.1%) 더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재건축 연한 연장의 부정적인 영향은 비강남권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다.

보유세를 올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보유세가 낮은 것은 맞지만 징벌적과세인 종합부동산세 등을 올린다고 강남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참여정부시절 그 혹독한 종합부동산세도 견뎠던 강남이다. 1,000만원 정도의 종합부동산세는 1년 집값 상승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소득이 끊어진 고령층의 자괴감만 심화시킬 따름이다.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지역의 수급상황을 먼저 살펴야 하지만, 나아가 거래가능한 아파트가 어느 정도 되는지, 그 공급의 유형이 신규인지 재건축 등 정비사업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저런 검토의 결론은 다시 투자심리로 귀결될 것이다. 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매도세우위지수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1년 전과 비교한 "2017년 12월의 매수우위지수"는 기타지방(51.532.9)은 급격히 낮아졌지만 강남은 64.9에서 80.4로 높아졌다. 강북(63.096.4) 또한 매수우위지수가 의외로 높아지고 있다.

강남지역에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가 사라지면서 신(新)버블세븐 지역도 등장하고 있다. 광진구와 성동구가 대표적인데 부동산114에 의하면 8.2대책 발표 이후 현재(1월25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7.10%, 6.97% 올라 서울에서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 두 지역은 준강남지역이면서 한강조망이 가능하다. 반면 서울에서 먼 용인시는 0.28% 상승에 그쳤다. 향후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듯하다.

정부는 강남, 재건축 그리고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남과 다주택자 등 특정 대상을 지목하는 것보다는 우리 부동산시장을 어떻게 선진화시킬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선진국도 멀쩡한 아파트를 30년 만에 재건축하라고 허락하지는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재건축 연한을 연장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필자도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종합부동산세, 전매제한 등을 가진 선진국 또한 없다.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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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석

전문가필진 사진
학력 <약력사항>
(現)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부교수
(現)영산대학교 부동산연구소 소장
(現)캠핑아웃도어진흥원 원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참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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